아까 오후 아홉시 쯤이었나?
영천에서 환자 한명이 전원되어서 왔다.
40대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남편과 같이 왔는데 겉보기에 얼굴과 팔, 몸통에 멍이 들어있고(시간이 좀 지난 멍들) 양팔, 몸통,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74%로 낮아서 환자를 보려고 다가가서 팔을 만지니까 퐁퐁 잔뜩 묻은 수세미를 만지는것마냥 뽀그락뽀그락 거린다. 허리위로는 모두다 피하기종이 생긴거다.
피하기종이란건 피부 아래로 공기가 다량 들어가서 겉에서 눌렀을때 공기가 느껴지는 걸 이야기한다. 대부분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해서 공기가 폐에서 많이 새게되면 이게 피부아래까지 들어가서 퐁퐁 잔뜩 묻은 수세미처럼 느껴지게 된다. 피하기종도 이분처럼 온몸을 감쌀 정도가 되면 여자들 한복치마 꼭 죄어 입었을때마냥 피부아래의 공기가 숨쉬는 걸 방해하게되어서 환자의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다.
암튼, 멍을보니 시간이 좀 지난것 같은데 언제, 어떻게 다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남편왈,
'어제 밤에 집사람이 집에서 나가서 아침에 들어왔는데, 물한잔 먹고 자더니 이렇게 되었다.'는 거다.
이런 씨알도 안먹힐 거짓말을... 누굴 바보로 아나.
일단 낌새가 이상해서 뒤로 후퇴.
나중에 다시가서 환자에게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어떻게 다치셨어요? 물으니깐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겠어요.'
이런다.
환자는 갈비뼈 양쪽이 다 두세개씩 부러지고, 피하기종있는 곳에서 계속 공기가 새나오고 있고, 머리에는 뇌출혈이 여러군데 조금조금씩 있는데다 두개골 골절이 의심되는 곳도 있다. 각각 시기가 달라보이는 멍이 보이면 아이들의 아동학대를 의심해볼 수 있고, 병원으로 데려오는 보호자가 대부분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이 환자의 경우도 남편이 가해자 같다. 실컷 두들겨 패놓고보니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병원에 데리고 온거겠지. 대부분의 가해자인 보호자들은 자신에 대한 나쁜말들을 사실대로 말할까봐 한시도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모든 시술과정들을 옆에서 다 보고, 주치의에게 쉴새없이 찾아와 '상태가 어떠냐?''수술을 해야하나?'등의 질문을 하곤한다. 이 아저씨가 그 전형인데, 상식적으로 누렇게 된 멍을 보고 오늘 아침에 다쳤다고하는 걸 나보고 믿으라고? 에라이~
흉부외과 과장님도 오셔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할 정도로 폐상태가 좋지 않다고 설명하고,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에서도 와서 뇌출혈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 기도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수도 있다고 설명을 하고나니 이 아저씨는 되려 버럭 화를 낸다. 뭐뀐놈이 성낸다고. 흉부외과 과장님의 표현을 빌자면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x'인데..암튼 물어보는 족족 기억이 안나고, 밤에 집에서 잠만잤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니, 내가 경찰도 아니고, 환자가 아동도 아니니 폭력센터에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흉부외과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가정폭력.. 정말 저정도면 장난이 아니다. 사람을 왜 패니? 앙?
- 2009/06/18 02:57
- eumto.egloos.com/1918966
- 덧글수 : 1



덧글
ORANGE 2009/06/18 21:55 # 답글
에고..TT본인이 의지가 없으면 구해주지도 못하고,
상습적 폭력에 노출시 의지가 약해지고.. 전형적인 악순환이지.
.. 신고라도 해주삼. 매맞는 여성보호센타가 있던데..